대한수면호흡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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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악수술 vs OSAS,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로서의 고뇌

양악수술 vs OSAS,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로서의 고뇌

동아대학교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김철훈

버버리, 프리마, 호치키스 등의 단어는, 각각 트렌치 코트, 커피 크리머 그리고 스테플러의 한 상표나 개발자의 이름이 그 상품의 대명사가 된 사례들이다. 브랜드 파워가 워낙 강해 쉽게 각인된 탓도 있었겠지만, 편하게 소통하고픈 귀차니즘이 적잖게 관여했을 것이다. 구강악안면외과 영역에서도 이렇게 굳어가는 대명사가 하나 있으니, 바로 그 유명한 ‘양악수술’이다. 아무리 환자들에게 계몽하려 애써도 잘 되지 않고, 치과 위생사들마저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자주 뒷목을 잡게 만든다. 급기야 환자 상담 시 필자도 가끔씩 무의식 중에 사용하게 되어버렸다.

대체 양악수술이 뭐길래?

단순 치아 교정만으로는 정상적인 교합을 만들 수 없는 상하악골의 구조적 부조화가 심한 경우, 턱뼈를 분리하여 이상적인 위치에서 고정하는 ‘턱(악)교정 수술(Orthognathic Surgery)’이 정식 명칭이다. 상악골이나 하악골 하나의 턱만 수술하는 ‘편악수술(Monomaxillary surgery)’과 위아래 모두 수술하는 ‘양악수술 (Bimaxillary Surgery)’로 세분해서 불러야 맞기 때문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한 모양이다.

편악보다는 양악을 했을 경우, 턱도 작아지고 더욱 드라마틱한 변화가 가능해, 교정 수술이라기 보다 미용수술(Cosmetic)로 오해되어 일반인들에게서 갑자기 큰 관심을 받으면서 발생한 현상일 것이다. 계몽은 아예 포기(?)하긴 했지만, 그래도 ‘양’자보다 ‘악’자에 액센트를 주는 보호자를 가끔 만나면, 속으로 ‘오…, 감동…’ 존경을 표하게 된다.

양악수술과 수면무호흡증은 무슨 관계이기에…

지금 이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들은 이미 양악수술에 대한 개념이 있을 것이다. 상 하악골을 동시에 전방으로 당기는 Maxillo-mandibular Advancement Surgery (MMA)가, 후방기도(Posterior Airway Space; PAS)를 넓혀주는 Extrapharyngeal surgery 중 수면무호흡에 최고의 결과를 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상악과 하악골에 부착된 연구개와 혀가, 기저골의 전진에 따라 함께 전진하여 후인두벽과의 거리가 증가되어 나타나는 결과이다(그림 I).

그림 I) 하악 후퇴증 환자에서 상하악을 전방 이동시킨 수술을 시행한 후, PAS의 증가된 양상

편악이든 양악이든 골의 전방 이동시 PAS가 통계적 유의하게 증가한다는 것이 오래전부터 증명되고 있다. 이는 하악골이 후퇴되어 있는 제 II급 골격성 부정교합(Mandibular Retrognathism) 환자에서 특히 효과적이다. 이들에게는 수술 후 수면도 개선되고 얼굴 형태의 개선까지 이룰 수 있어,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그림 II).

그림 II) 그림 I 환자의 수술 전후 임상 사진. 무턱의 이미지가 많이 개선된 안모 양상.

그러나 동양인에서는 하악골이 전방으로 돌출된 제 III급 골격성 부정교합 (주걱턱, Mandibular Prognathism)이 하악 후퇴증에 비해 8-9배가 더 많다는 것에서 모든 고뇌가 시작된다. 상하악을 후방으로 밀어넣어야(Setback) 되는 경우로, 부득이 PAS의 감소를 유발해야하기 때문이다.

턱을 후방으로 이동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길래…

악교정수술의 역사가 150여년이 넘어온 만큼 최근까지도 하악의 후퇴수술 후 PAS가 통계적 유의하게 감소한다는 보고는 계속되고 있다(Tselink and Pogrel 2000, Choi et al 2014, Cho et al 2015). 다행인 것은 하악이 전돌된 환자들의 술전 PAS는 정상인에 비해서 상당히 넓어져 있어(Hochban et al 1996), 다소 감소하더라도 수면무호흡을 야기할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그림 III, a).

그림 III, a) 하악 전돌증(Mandibular Prognathism)을 가진 환자에서는 수술 전 PAS가 정상인에 비해 보통 매우 넓어져 있음. 설골의 body 위치가 C4 body 정도에서 관찰됨.

과하게 하악을 후퇴시켜 기도가 다소 심하게 좁아진다 하더라도, 생리적 적응(연구개의 형태 변화 및 설골(Hyoid bone)이 하방이동)을 통해 우려할만한 PAS 감소가 잘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고들도 있다(그림 III, b). 또한, 술 후 1년 이상의 경과 관찰 시, 후방으로 들어갔던 턱이 다소 전방으로 나오게 되는, 술 후 재발(Relapse)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실제로 좁아졌다가도 다시 증가된다고 보고되는 등 아직 논쟁 중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Marsan et al 2009).

그림 III, b) 하악을 setback한 수술 후 결과. 주걱턱의 안모가 개선되었으나 PAS는 술 전에 비해 좁아져 보임. 술 전이 워낙 넓었던 편이라, 좁아져도 정상인보다 넓어 보임. 그림 III, a에 비해 설골의 body 위치가 더 하방으로 이동하여 C4 하방에 위치해 보임.

게다가 수술 받는 환자들이 대부분 10대말에서 20대 중반에 해당하는 비교적 탄력적인 연조직을 가진 경우라, 다행히 지금까지 술 후 OSAS에 관한 complaints들은 임상에서 그리 흔하지는 않다. 그러나 술 후 몇 십 년간의 추적 조사나 이런 조사에 개입되는 불순한 여러 변수들을 제거한 증거 논문들이 거의 없는 상태라 필자는 늘 찜찜함 속에 수술을 계획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내가 잠재적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닌가?

어찌 하오리까…

1998년 첫 양악수술 아니 악교정수술을 집도한 이후 현재까지 꽤 많은 수술을 진행하였는데, OSAS를 알기 전과 후, 필자에게 발생한 2가지 큰 변화를 발견하게 된다.

첫 번째 변화는, 요구되는 후퇴량의 70-80%만 계획하게 되는 소심인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필요한 하악 후퇴량이 10mm였다면, 상악을 2-3mm 전방이동하여 마중을 나가 하악의 후퇴량을 감소하는 방법이다. 부족한 안모는 부가적인 윤곽수술 및 상악골의 smart한 회전 등으로 조절하는 일종의 camouflage surgery 쪽으로 자꾸 가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상악골을 포함한 중안면이 다소 전방으로 돌출돼 나온다면 하악골이 다소 덜 들어가더라도 눈속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여러 연구들에서도 상악골의 회전을 동반한 전진술과 함께 시행한 하악의 후퇴술은, 편악수술에 비해 술 후 OSA 유발 빈도가 유의하게 낮아짐을 PSG 연구를 통해 보고한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Demetriades et al 2010, Houfar et al 2017). 이 내용들은 구강악안면외과 영역의 좀 깊은 내용이므로,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스스로 자책하지 않으셔도 된다.

두 번째 생긴 변화는, 이렇게 얼굴을 덜 작게 만들어주다보니 점점 더 내방하시는 고객님들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ㅠㅠ. 출산율 저하로 인한 젊은 인구의 감소와, ‘양악수술 = 생명을 건 한 판의 모험’이란 그릇된 인식이 한 몫 한 것도 있지만, 수술 Indications을 필자 스스로 좁게 잡아, 환자들을 돌려 보내는 것도 한 원인일 것이다(우리 병원장님이 아시면 안될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 조금 보태며 정리하자면…

지금 이 순간에도, 악교정 수술 후 PAS 좁아진다, 아니다, 우리 몸이 바본가? 생리적 적응 기전을 무시하지 말라… 등의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치과 Cone-Beam CT를 통한 술 전후 PAS의 부피까지 측정해가며 걱정 말라는 내용들도 솔깃하게 한다. 하지만 이는 Bernoulli가 별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기도 전체의 체적보다는 가까워진 것이 문제다, 즉, the narrowest point or area가 좁아짐으로 인한 유속의 증가와 압력의 감소로 두 지역을 들러 붙게 하는 것이 폐쇄성 수면무호흡의 원인이지 않은가?

많이 급하면 본인도 이런 소재들로 논문을 적어야 하겠지만, 생각할수록 고려해야할 것들이 많은, 필자의 능력 밖의 고차원적 내용이라 판단된다. 다른 많은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들이 이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수술 계획 시 기도에 관한 고려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런 생각에 3년 전부터는 악교정수술의 50% 정도를 우리 교실의 막내교수에게 넘기고, 그 환자들의 1 st assist를 직접 서고 있다. 잊고 살았는데, 그 어시 자리는 세상 몸도 편하고 맘도 편하고 더 없이 좋은 자리였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리를 옮기고 나니 그간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어쩌면 필자의 주 전공인 턱관절 장애보다 조금 더 빠른 시간 내에 무언가가 정리될 것들이 있겠다 싶어 들뜨고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이 원고를 적다 보니 또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스트레스로 잠도 잘 안 오는데, 겨우 잠들려고 하면 아내가 자꾸 깨운다, 숨 좀 쉬라고… ㅠㅠ .